올해로 25회째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대표 공연예술제,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사반세기의 발자취를 기념하며 더욱 깊어진 소리의 울림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축제는 오는 8월 12일(수)부터 16일(일)까지 5일간 전북특별자치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조직위원회는 지난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프로그램 발표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축제의 지향점과 주요 밑그림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축제관계자를 비롯 기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는 올해 축제를 기존의 개·폐막작 중심에서 벗어나 관객과 예술인이 함께 어울리는 열린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이 자리에서 최철 조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올해로 25회째를 맞아 이제는 의젓한 청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라면서 “매년 전통 음악을 발전시키고 세계 소리축제와 접목하며 외연을 확장해왔고, 올해는 특히 25주년이라는 의미에 초점을 맞춰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올해는 ‘소리의 숨결, 모아 판’이라는 키워드로 다가가며 판소리의 정통성을 공고히 하고 현대적 감각과 세계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오는 8월 열리는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김정수 집행위원장은 프로그램 발표를 통해 “도민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에 초점을 맞췄다”며 “판소리가 태어난 그 놀이판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성심껏 준비한 프로그램들이 도민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키워드 ‘소리의 숨결, 모아 판으로’… 정통성과 현대적 재해석의 조화
2001년 첫발을 내디딘 이후,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세계 음악과 끊임없이 교류해 온 소리축제는 올해 ‘소리의 숨결, 모아 판으로’라는 키워드를 내걸었다. 이는 축적된 소리의 숨결을 하나로 모아 모두가 다시 모이는 ‘판의 정신’을 되새기겠다는 의지다. 특히 올해는 기존의 관례적인 개·폐막작 형식을 탈피한다. 대신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축하 형식의 무대를 기획해, 예술인과 관객이 격식 없이 어우러지는 열린 참여형 축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기는 ‘판’을 만드는 것이 집행부의 핵심 목표다.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에서 ‘판놀음’으로의 탈바꿈
축제의 백미인 기획공연 ‘판소리 다섯바탕’은 25회차를 맞아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기존의 완창 중심 무대에서 벗어나, 판소리 고유의 공동체적 ‘판놀음’ 형태로 재탄생한다.이번 무대는 3마당 형식으로 구성된다. 첫째 마당에서는 줄타기, 사자놀이, 기놀이, 열두발 놀이 등 다채로운 연희가 흥을 돋우고, 둘째 마당에서는 장문희(춘향가), 송재영(심청가), 김차경(흥보가), 왕기석(적벽가), 김세미(수궁가) 등 명창들이 다섯 바탕의 주요 대목을 깊이 있게 풀어낸다. 마지막 셋째 마당은 힘찬 판굿으로 마무리되며 소리꾼과 연희자, 관객이 하나 되는 대동의 판을 완성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매일 펼쳐질 이 공연은 축제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거대한 중심축이 된다.
세대와 장르를 잇는 다채로운 기획공연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잇는 젊은 소리꾼들의 무대 ‘젊은판소리 다섯바탕’을 비롯해, 박대성(아쟁)과 박범훈(피리) 두 거장이 선보이는 전통 산조의 밤 ‘산조의 밤’도 기대를 모은다. 또한, 신진 기악 연주자들이 남도제·경기제·영남제 시나위를 펼치는 ‘오늘의 시나위’, 판소리의 서사를 영화로 즐기는 ‘판소리X시네마’가 올해 처음 관객을 맞이한다. 신진 국악인의 등용문인 ‘소리 프론티어’는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창극부터 월드뮤직까지, 화려한 초청 공연의 향연
국내 초청 라인업은 전북의 색채를 강하게 담아냈다. 남원시립국악단의 신작 창극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정지아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을 판소리의 성음과 현대적인 편곡으로 승화시켰다. 이 밖에도 여성 농악인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여성농악 - 안녕 평안굿’, 고창농악의 ‘만두레 풍장굿’, 강릉단오굿보존회의 ‘강릉단오굿’ 등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무대들이 이어진다. 또한 심수봉, 어반자카파 등 대중음악 거장들의 초청 공연도 관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월드뮤직 분야에서는 2014년 초연되어 큰 호평을 받았던 ‘쇼팽&아리랑’이 25주년을 기념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국경을 넘어 아리랑과 마주한 쇼팽의 음악적 조우가 감동을 전할 것이다. 이 외에도 캐나다 포크 밴드 ‘재니스 조 리 &큐티즈 밴드’, 남인도 바이올리니스트 요츠나, 튀니지·이집트·한국 합작 마지카 밴드, 말라위의 마달리초 밴드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전주를 찾는다.
문화 격차 해소와 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축제
축제는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 ‘찾아가는 소리축제’는 도내 13개 시·군을 누비며, 특히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적은 보건복지센터, 보호센터 등을 찾아가 음악의 온기를 전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어린이 소리축제’ 또한 팔복예술공장에서 예술교육 기반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소리 프린지’는 축제의 무대를 전주 한옥마을과 덕진공원 등 시민들의 일상 공간으로 넓힌다. 공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밴드, 국악, 마임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또한 붐업 프로그램인 ‘월드뮤직 렉처콘서트’를 비롯해 소리학술포럼, 소리캠프 등 축제의 깊이를 더하는 행사들도 마련됐다.
이외에도 '서편제' 등 판소리를 소재로한 영화 상영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