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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전주세계소리축제 속의 월드뮤직 공연들
  • 2025-09-29 08:43
  • 조회 64

본문 내용

올해 여름에도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반도의 음악 애호가들을 즐겁게 할만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닷새 꽉꽉 채워 준비하였다. 예년처럼 우리 전통음악 기반 무대가 대부분인 가운데, 클래식 혹은 팝 장르 외연에 쉽게 포섭되지 않는 이른바 월드뮤직 범주의 인상적인 공연들이 섞여 있었다.


이중 스페인 성악 앙상블 ‘비구엘라’의 무대를 가장 기억에 남는 연행으로 꼽겠다. 이들의 음악에는 다양한 기타류 현악기에 더해 유리병, 종, 삽, 그리고 항아리를 막대에 붙여 만든 가내수공업 버전의 레벡(유럽의 찰현악기)이 사용되었으며, 박수 소리로 이끌어지고 고양되는 리듬 속 힘 충만한 노래들이 세련되게 수놓아졌다. 인류의 삶 속에서 음악이란 주변 일상 환경의 사물과 소리의 가능성으로부터 우러나는 것임을 새삼 보여주는, 그리하여 먼 동네의 소리와 그에 묻은 문화의 형상을 감각하게 하는 높은 완성도의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8월 16일 명인홀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 월드뮤직 어워드> 수상자 ‘미야타 마유미’의 쇼(shō) 독주는 압도적이었다. 일본 궁중음악에서부터 현대음악사의 최전선에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까지를 숨 막히는 집중력으로 40분여 이어 나가는 모습을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정도였다. ‘디아스포라’라는 축제 키워드를 잘 보여준 <윤은화의 양금로드> 무대 초입에서는 양금의 친척들인 중동의 산투르 및 중국의 양친 등이 한반도의 양금과 번갈아 등장하였다. 풍성하고 즐거운 비교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면서, 음악적 전통들이 어떻게 세계와의 다양한 교류 속에서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기획이었다고 여겨진다.


폐막일 저녁 야외무대를 연 ‘시부시 치리멘타이코’의 공연도 즐거웠다. 다양한 크기의 타이코(대고, 즉 큰북)를 중심으로 한 타악 앙상블을 선보인 이들은 청소년 중심의 젊은 공연단으로, 앳된 모습에서 도무지 나올 것 같지 않은 힘과 절도, 합을 보여주었다. 중간중간 일본 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연주 요소들을 통역 해설과 함께 삽입하며, 타국의 관객들을 위한 문화번역의 노력을 세심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올해도 소리축제는 좋은 기량과 빛나는 기획의 여러 소리들을 소리문화의전당 무대에 성공적으로 초대하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반도 밖 ‘세계의 소리’들이 ‘세계소리’축제에서 ‘변죽’ 내지 ‘고명’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인상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아쉽다. 국가의 이름을 달아 만든 기획 꼭지 [스페인 포커스]는 사실상 두 팀뿐이라 의도가 읽히지 않았고, 몇 무대는 다른 주요 무대 앞이나 사이에 삽입된 느낌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고즈넉하고 흥겨운 어쿠스틱의 미학을 보여준 비구엘라의 무대가 밴드-팝 앙상블의 증폭된 음향 사이에 끼어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대신 결이 맞는 팀들과의 라인업 속에서 드러났다면 어땠을까. 시부시 치리멘타이코의 타악이 한국의 청소년 앙상블과 나란히 배치되어 비교 감상이라는 ‘세계음악적’ 경험으로 묶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루 정도는 국내외 다양한 소수 장르 연주자나 악단에 초점을 두는 밤을 구성하였다면 어떨까. 비중 확대는 어렵더라도, 구성과 배치에 있어서의 아이디어들을 통하여 낯설고 귀한 타지의 소리들을 좀 더 아름답고 의미있게 전달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로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애정을 담아 제언해 본다.


/박종현 전통음악평론가


[기사원문보기] https://www.jjan.kr/article/2025092158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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