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이 시대의 소리꾼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28일 퇴임한 전주세계소리축제 김한 조직위원장,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12년 동안 축제에 몸담은 소회를 밝히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김 조직위원장과 박 집행위원장은 2011년부터 소리축제 지휘봉을 잡고 우리의 소리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일등 공신'이다.
두 사람은 함께 일하기 시작했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
판소리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 우리 소리를 새롭게 재해석해 대중에게 들려주려고 부단히 애쓰던 때다.
김 조직위원장은 "판소리는 물론 정가(正歌·전통 성악의 한 갈래), 굿과 같은 우리 소리를 알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며 "누군가는 계속해야 하는 일인데,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 참 많았다"고 회상했다.
고안한 방법은 소리꾼의 연령대를 낮추는 것이었다.
수 세기를 이어온 민족의 소리 '판소리 다섯바탕(춘향가·심청가·적벽가·수궁가·흥보가)'에 젊음을 더해봤다.
그렇게 선보인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은 생각 이상으로 성공적이었다.
축제를 찾은 젊은 관객들이 객석에 앉아 구성진 소리를 즐겼고 판소리의 매력을 점차 알아갔다.
CD를 삼킨 듯 완성도 높은 가창력과 전통 판소리 특유의 유희에 희열을 느꼈다.
K팝 수준의 열광은 애당초 바라지도 않았다.
우리의 소리가 서서히 대중의 귀에 스며든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판소리와 월드뮤직의 만남 역시 김 조직위원장과 박 집행위원장의 작품이다.
우리 소리꾼의 '우물 안 개구리화'를 바라지 않았던 둘은 전 세계 음악인들은 초청해 콜라보 무대를 선보였다.
우리의 것을 고집하기보다 넓은 세계와 조화를 이뤄 또 다른 음악적 토대가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박 집행위원장은 "음악과 음악이 결합해 서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추세"라며 "농악, 산조를 터득한 우리 연주자들에게 음악을 공부할 기회를, 무대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전 세계의 음악을 평가하고 소개하는 '베스트 페스티벌 어워드'에서 소리축제가 2019∼2020년 1위를 차지했다.
31개국의 월드뮤직 평론가와 저널리스트 등으로 구성된 '트랜스글로벌월드뮤직차트(TWMC)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전 세계 음악인들에게 전주가 에든버러, 잘츠부르크만큼이나 유명해진 것이라고 두 사람은 평가했다.
김 조직위원장은 "TWMC는 축제장 쓰레기 분리수거 실태까지 파악할 정도로 꼼꼼하게 평가한다"며 "2년 연속 수상 덕분에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소리축제에 참여할 뜻을 밝혔고 섭외도 한결 쉬워졌다"고 말했다.
소리축제 12년을 회고하며 감사와 바람도 전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우리 축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구성진 소리를 내준 소리꾼, 연주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오랜 기간 그들이 함께 해줘서 참 든든했다"고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창 김소희, 임방울, 박봉술, 정정렬, 이동백 같은 소리꾼의 탄생을 염원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음악은 서양의 곡과 다르게 작곡자를 알 수 없는,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민중의 소리"라며 "이 소리를 계승, 구현하는 길은 뛰어난 연주자의 탄생뿐이다. 기존의 명창을 넘어서는, 대중을 휘어잡는 판소리꾼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보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785255?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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