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6일(수)
찾아가는 소리축제 오리 날다 공연 사진
1. 안데르센의 명작 새롭게 탄생하다
디즈니 만화 ‘인어공주’가 실사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곧 그 기대는 분노로 표출된다. 인어공주 예고편이 유튜브에 공개된
지 얼마 못되어 150만개의 ‘싫어요’를 받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디즈니 측이 베일리를
'인어공주'의 주인공 애리얼 역할로 캐스팅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녀가 흑인이라는 점을 놓고 원작을 파괴하는 처사라며 비난을 했다.
1875년 세상을 떠난 인어공주의 원 저작자인 안데르센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그는 다시 펜을 꺼내 들고 ‘미운오리새끼’ 두 번째 책을 집필하지 않았을까?
모든 편견과 차별을 이야기 할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안데르센의 미운오리새끼
이다. 전 세계 아동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 동화를 원작으로 한 공연이 임실과 장수를 찾아가
아이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 공연은
에너지 넘치는 다섯 명의 배우들과 손성한 지휘자가 있는 헤르츠아카데미앙상블과의 협업
아래 찾아가는 소리축제 어린이 뮤지컬 ‘오리 날다’ 로 새롭게 태어났다.
2. 원작을 멋지게 비트는 방법
태어나면서부터 자신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형제들에게 환대 받지 못하고 계속 미움만
당하는 아기 오리가 외로운 시간을 견딘 후 드디어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고 아름다운 백조와
나란히 날아오르는 결말은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원작을 어떻게 각색하고
확장했을까? 우선 아기 오리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했다. 아기 오리를 미워하는 건 형제들이
아니라 오리 친구들이지만 아기 오리 옆에는 든든한 아빠의 존재를 부여해 주었다. 오리 마을을
지키는 보안관이자 다정한 아빠는 무지개 나라로 떠난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녀를 묵묵히
기다린다. 아기 오리는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결말에 이르러 아기 오리는 엄마처럼 아름다운
백조가 되지만 무지개 나라로 떠나는 대신 오리 마을을 지켜주는 보안관이 되겠다는 선택을 한다.
오리 친구들은 아기 오리의 결정에 크게 기뻐한다. 원작을 비틀어 ‘오리 날다’ 만의 멋진 결말이
탄생하는 장면이다.
3. 관객이 있는 어느 곳이든
이렇게 뮤지컬 ‘오리 날다’ 는 단순히 원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가며
모든 관계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 작품의 커다란 힘은 또 있다. 2016년도에
창단하여 이미 지역에서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헤르츠아카데미앙상블의 라이브 연주는 공연의
양념 역할을 넘어서 어느 덧 서사를 이끌고 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공연에는 특별히
관악기로만 넘버들을 편성하여 다양한 소리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며 모두가 다 아는
줄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넣었다. 플롯과 클라리넷 등 관악기의 힘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공연으로 찾아가는 소리축제답게 다채로운 소리의 향연을 맛볼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신명수 연출가는 별도의 세트 이동이나 암전이 없어도 장면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앞으로 이 공연이 관객들만 있다면 어디든 찾아 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
주었다. 아기 오리가 백조가 될 때까지 초연부터 이 작품을 함께 키워 온 배우들의 열연과
헤르츠아카데미앙상블과의 콜라보레이션 또한 이 공연의 가치를 보여준다. 어린이 뮤지컬
‘오리 날다’ 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관객이 있는 어느 곳이든 훨훨 날아가길 기대해 본다.
김소라 극작가는,
뮤지컬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 창작뮤지컬 <안녕 크로아티아>,
<이매설가를 찾아라>, <디어 마들렌> 등이 있다. 이 외에 무대공연 연출, 행사 기획,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현재 아트컴퍼니 두루 예술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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