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5일(화) 전북일보
폐막공연 In-C
문화예술에 있어서 ‘낯설음’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또 우리는 ‘낯설음’에 얼마나
관대한가? 소리축제 폐막공연이 내게 던진 질문이다. 내 대답은 이렇다. 낯설음은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의 원천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낯설음을 얼마나
존중하는가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창의성이 넘치는 사회인지를 또 얼마나 품격을 갖춘
사회인지를 보는 척도로 삼을 수 있다.
우리를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만드는 뉴스가 있다. 판소리나 사물놀이가 외국의 어느 공연장
에서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고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는 뉴스이다. 물론 그 공연은 훌륭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공연이 주는 낯설음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외국의 관객들
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이것이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그 사람과 그 사회의 수준이므로.
오래 전부터 소리축제가 ’낯설음‘에 주목해주기를 바랬다. 익숙한 것을 보존하고 지켜가는
노력도 가치가 크지만, 소리축제가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에 더 큰 의미와 가치를 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음악, 시대를 앞서가는 공연을 함께 품어가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2022년 소리축제는 폐막공연작으로 단순한 패턴을 자유롭게 반복·교차·확장하는 형태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미니멀리즘 음악을 대표하는 테리 라일리(Terry Riley)의 <인 씨(In C)>를
선정했다. 현대음악은 그것이 오늘의 우리를 드러내는 음악이지만 오늘의 우리에게 매우
낯설고 불편한 음악이다. 이를 축제를 대표하는 폐막공연에 올리기까지는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번 폐막공연에 참석한 관객들을 일일이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는 음악이나 공연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인 듯 했다. 귀를 즐겁게 하는 아름다운 선율이나 화려한 음악적
소리가 없고 53개의 선율이 서로 얽히며 무한 반복되는 70여 분의 낯선 공연이 불편한 이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불편하다면 언제든 자리를 떠도 좋다는 진행자의
안내가 있었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공연을 마친 연주자들을 큰 환호성으로 격려했다.
이 공연으로 우리는 확실히 또다른 깨달음을 얻었고, 그만큼 전라북도 문화예술의 지평은
더 넓어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낯설음을 존중하며 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품격있는 시민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낯설음에 대한 배타적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폐막공연으로 얻게 된 낯설음을 존중하고 환대하는
우리의 경험이 낳을 지역의 변화는 소리축제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축제인지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겠다.
문윤걸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음악칼럼니스트로 문화예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등 대형 문화행사의 기획,
연출분야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화적 관점에서 지속성장하는 도시발전정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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