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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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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일보] 불편한 진실이자 창극의 커다란 성장
  • 2025-08-20 08:43
  • 조회 30

본문 내용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으로 올랐던 새로운 형식의 창극 <심청>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한 작품이다.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공연이 올라온 까닭에 기존의 심청전을 기대하고 갔던 관객들은 공연 시작부터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연출을 맡은 요나 김이 처음부터 관객이 불편하길 바라며 불편한 진실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란 심봉사가 심청에게 평생 힘든 부담을 짊어지게 했으며 끝내 죽음으로 몰고 간 인물이었고 심청이 이러한 불행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의 운명에서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안타까운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심청이 자발적으로 인당수에 빠진 것은 아닌가요? 그래서 그 희생이 갸륵해서 효녀라 칭하는 것이 아닌가요?” 아니다. 이 말은 시대적, 사회적 권력의 힘이 힘없는 사회적 약자 위에 군림하기 자행한 폭력의 가스라이팅이나 다름없다. 


스토리의 파격 위에 원작의 바디가 그대로 살아있다면? 이번 작품의 놀라운 점은 파격의 스토리 위에 원작의 바디를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 <심청>에서의 소리는 그야말로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소리 자체가 가진 내면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 응축시켰다. 그리하여 겉으로 보이는 모든 상황들이 실은 얼마나 큰 폭력을 품고 있는지를 더 처절하게 절규하며 울부짖는 듯한 전율의 소리로서 관객에게 가장 극대화하여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극적인 소리의 힘을 실은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가 있었다. 심청 역할의 김우정 배우는 표정 없이 오직 소리로만 폭력의 잔인성과 비극의 운명을 원망과 탄식을 담아 표현하였다. 심봉사 역의 유태평양 배우는 전주 출신으로 그의 소리는 좌중을 압도했다. 잔인하게 이어지는 심봉사의 악행에도 그 인생을 이해해야 할 것만 같은 애잔함까지 느꼈던 것은 아마도 배우의 가슴 깊숙이 간직된 내면의 저력일 것이다. 무엇보다 심봉사의 소리는 너무도 정확하게 잘 들리고 선명하여 오히려 나쁜 주인공을 이해하고 싶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사회와 모든 주변 상황이 심청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세상. 세상의 약자는 환경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세상은 점점 변하고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간다지만 여전히 사회적 약자가 헤어 나오기엔 층층이 쌓인 벽들이 너무 많다.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립극장이 합작하여 만든 이번 작품 <심청>은 여러 가지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우리들이 전통적인 심청이란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효에 대한 환상을 모조리 해체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들을 많이 힘들게 했음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우리 창극에서 이러한 도전을 해본 것은 커다란 성장이었다고 본다. 그것이 세계소리축제라고 하는 세계적 음악축제에서 선보였다는 것이 참 좋은 시도였다고 하겠다.


국립창극단이 가장 전통적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전통의 이야기를 전혀 새롭게 해석해 무대에 올릴 수 있었음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무대장치나 영상의 쓰임 등도 무척 새로워서 보는 이로 하여금 처음부터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 것도 실험적이었다 하겠다. 이러한 긴장은 <심청>을 보는 내내 처음부터 불편하게 하였지만 공연 시작 처음에 던져졌던 심청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은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할 것이다.


/정선옥 희곡작가 겸 소설가


[기사원문보기] https://www.jeon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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