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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여름나기를 원하는가. 올 여름에는 완산골 전주로 눈을 돌려보길 바란다. 매년 8월 전북 전주에서는 특별한 여름일상이 펼쳐진다. 도시 전체가 공연장으로 바뀐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악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풍경 그리고 한옥의 감성이 어우러진 예향 전주에 음악(소리), 그 자체가 환상적 조합이다.
-‘판소리 씨어터 심청’, ‘판소리 다섯 바탕’, ‘산조의 밤’, ‘청춘예찬 젊은판소리’ 등 다채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시 일원
소리축제는 오는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시 일원에서 열린다. 24년 동안 이어온 이 축제는 매년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부합하는 한국 음악의 전통과 고유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또 예술적 지평을 확장하기 위한 외국의 다양한 소리(음악)를 소개해 왔다. 2025년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테마는 ‘본향의 메아리(echoes from the homeland)’다.
본향은 근원적 향수다. 고향을 떠난 사람은 물론,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까지도 사무치는 고향에 대한 생각이다. 근저에는 포근함과 그리움이다. 그런 감정은 가슴 속 깊은 곳에 내재된 정서적 내면이다. 정체성이라는 얘기다. 그 내면의 풍경을 소리로 풀어내겠다는 의도가 ‘본향의 메아리’라는 키워드에 담겨 있다. 메아리는 아름답다. 울림의 여운이 있다. 전주 아니 전북에서 판소리가 울림의 상징이다. 전주와 전북을 빼놓고 판소리를 설명하기 어렵다. 전라도 판소리의 양대 산맥은 동편제(남원)와 서편제(보성)다.
전라도 판소리 양대 산맥 동편제와 서편제
전주와 전북은 판소리가 메아리가 되길 바란다. 전주와 전북을 넘어 세계로 확산을 꾀한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측이 말하는 ‘본향의 메아리’의 의미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주최 측은 “전통음악 본연의 색채에 좀 더 집중한다는 의미와 함께 본토를 떠나 타국으로 이주함을 뜻하는 ‘디아스포라’적 속성에 주목할 축제의 정체성을 담은 키워드”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통 판소리의 계승이라는 편협한 차원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판)소리 속으로 송(song), 뮤직(music), 사운드(sound), 비트(beat)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을 서로 대비, 교류, 이해하면서 독창성을 확인하려 한다. 더나아가 이를 토대로 지속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소리축제’를 통해 한국문화의 정수인 판소리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더 나아가 판소리의 본향인 전북을 세계화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것이다.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그리고 세대와 세대, 장르와 장르를 이어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시도도 그런 의도로 읽힌다.
축제의 라인업을 보면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올 축제의 라인업을 보면, ‘판소리 씨어터 심청’, ‘판소리 다섯 바탕’, ‘산조의 밤’, ‘청춘예찬 젊은 판소리’, ‘강릉단오제X전주세계소리축제 푸너리 놀이마당’ 등 다채롭다. 거기에 ‘범 내려온다’로 국악계에 큰 주목받는 이날치, 국악 아이콘 송소희, 서도밴드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창의적 퓨전국악으로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이 아니다. 세계적 축제로 도약하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한 해외공연 라인업을 구성했다.
일본 전통 악기 쇼의 거장 미야타 마유미, 스페인 포커스 공연단 ‘떼아트로 레알’, 브라질·캐나다·프랑스 등 12개국 12팀을 초청했다. ‘세계의 모든 음악’이 총집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공연을 통해 세계 음악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려는 의도다.
‘씨어터 심청’ 연출 독일 만하임국립극장 연출가 맡아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립극장이 공동제작 개막 창극 작품, ‘판소리 씨어터 심청’에는 축제의 주제의식(‘본향의 메아리’)이 잘 드러난다. 기존의 창극과는 다르다. 내용도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 ‘심청전’과는 딴판이다.
그렇다면, ‘씨어터 심청’은 어떤 캐릭터를 갖고 있을까. 연출을 맡은, 독일 만하임국립극장 상임연출가이자 세계적인 작품의 연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요나 김이 한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씨어터 심청’은 (고전 속의 효성이 극진한) ‘유교딸’만이 아니다. 그리스비극의 딸들(그리스 신화 속 비극의 주인공) 차원에서 (해석한) 세계사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씨어터 심청’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까. 요나 김은 “딸은 약자를 대변하고, 사회의 아프고 힘든 부분을 감당해온 대표적인 존재입니다. 심청이라는 이데아적 인물과의 관계 속에 놓인 우리들의 초상을 그리는 게 제 관심사입니다. 우리 모두 이기심과 욕심에 눈 먼 맹인 아닌가요. 그런 상징 이면에 숨은 것들을 캐내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심청이 약자를 대변하는 현대적 인물로 그려진다는 얘기다. 형식도 마찬가지다. 판소리와 오페라가 결합된 ‘판페라’다. 창극도 아니다. 그렇다고 오페라도 아니다. 고전 판소리 ‘심청가’의 대사를 그대로 사용한 레지테아터 형식(RegieTheater, 연출자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된 극)으로 해석한 실험적 무대극이라고 한다. 고전 판소리와 민요, 산조와 물론 해외 아티스트의 현대음악, 월드뮤직과 재즈, 클래식과 즉흥 음악 등이 어우러져 새로운 소리의 세계를 그린다. 영상과 라이브카메라, 현대 조명 등으로 상상 이상의 무대가 연출된다고 한다. 판소리의 뿌리와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라는 얘기다.
한국 전통 판소리 정수 ‘판소리 다섯 바탕’ 완창무대
전통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공연도 있다. 한국 전통 판소리의 진수를 보여줄 ‘판소리 다섯 바탕’ 완창무대다. 소리축제의 대표 브랜딩 공연인 이 무대는 보존과 전승의 산 교육장이자 예술적 성취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판소리 완창에 나서는 남상일(수궁가, 13일)·이난초(흥부가, 14일)·윤진철(적벽가, 15일)·염경애(춘향가, 16일)·김주리 명창(심청가, 17일)이 판소리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공연은 각 명창이 각기 다른 유파에 속해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따라서 유파에 따른 바탕의 소리가 어떤 차이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게 축제 측의 얘기다. 공연은 매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공연 한 바탕은 약 90분이라고 한다. 이들이 인간문화재급 명창들이라면 라이징 스타의 무대로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젊은 소리꾼들을 위한 무대인 ‘청춘 예찬 - 젊은 판소리’도 주목할 만하다. 전국 공모와 블라인드 심사를 거쳐 5: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다섯 명의 신예가 명인홀 무대에 선다. 황지영, 류창선, 김미성, 김기진, 이서희가 각각 <심청가>, <흥보가>,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의 완창을 선보인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성악열전’ 기대감 업
또 올해 소리축제가 새롭게 기획한 프로그램도 있다. 15일부터 17일까지 매일 오후 1시 30분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시작되는 ‘성악열전’ 시리즈가 그것이다. 시리즈는 불교의식음악의 진수라 불리는 ‘동희스님의 범패’, 느림과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는 ‘조순자 명창의 여창가곡’, 그리고 이춘희의 경기민요(선유가, 아리랑, 금강산타령)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함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에서는 '강릉단오제X전주세계소리축제 푸너리' 공연(15일 오후 6시 30분)이 진행된다. ‘푸너리’는 ‘풀어내다’라는 뜻이다. 인간의 소망과 공동체의 기원을 전통 굿 형식으로 꾸민 공연이다.
/김경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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