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이미 많은 공연과 축제들이 취소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주의 가을 하늘 아래서 마주했을 공연을 컴퓨터 모니터와 스피커로 만날 때, 야외에서 즐겼던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그리워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축제를 이어가기 위해 애쓴 스태프들 덕분에 공연은 녹화공연을 편집해 보여주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영상은 현장에 있는 듯 가까웠고, 사운드는 생생했다.
올 6월 26일부터 8월 21일까지 KBS1에서 방송한 <한국인의 노래>는 9번의 방송을 통해, 음악을 버리지 않은 보통사람의 삶과 꿈을 보여주었다. <한국인의 노래>는 충분히 많은 전문가들 틈바구니에서 삶에 깃든 음악과 음악에 스민 삶으로 카메라와 마이크를 옮겼다. 모든 출연자들이 비전업/아마츄어 음악인들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언제 음악을 만나고, 어떻게 음악에 사로잡혔는지 보여주고, 삶에 밀려 음악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가면서도 음악을 놓을 수 없는 진심을 토로할 때, <한국인의 노래>는 음악의 보편성과 힘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 빛났다. 사실 음악조차 자신이 누군가의 삶에 이렇게 깊숙이 뿌리내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인의 노래>는 음악이 필연이 되어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빌어 음악의 의미와 가치를 묻고 답했다. 전업 뮤지션이거나 전업 뮤지션에 육박하는 실력을 갖춘 이들의 솜씨는 이미 수준급이었다. 게다가 진심을 다한 노래가 마음을 흔들지 않을 리 없었다.
2020년 전주세계소리축제 무대에서 를 올린 것도 음악의 가치와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김준수, 김은혜, 윤준, 임수현, 손세운, 김도연, 임철호, 정보권으로 이어진 출연진들은 두 곡의 노래만 불렀지만, 프로그램을 본 이들은 노래에 배어 있는 열정을 알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음악감독으로 함께 한 뮤지션 하광훈 역시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맞고 다정하게 소개했다. ‘돌고 돌아 가는 길’로 시작한 공연이 ‘신라의 달밤’으로 이어지는 동안 16곡의 노래는 대부분 잘 알려진 한국인의 노래였다. 사실 출연진에 따라 노래의 완급과 소화력에서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공연은 누가 더 잘하는지 겨루는 장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만큼 노래하면 족했다.
음악의 빈 틈은 하광훈이 이끄는 밴드가 채웠다. 하광훈은 특유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터치로 군더더기 없고 트렌디한 사운드를 결합시켰다. 다만 또 다른 기회가 있다면 더 다양한 한국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도 좋지 않을까. 이제는 토종 한국인만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의 노래가 트로트와 성인 가요, 전통음악만은 아닐 테니까. 그때는 진행자가 젊은 출연진에게 은근하게 말을 놓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기사원문보기]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9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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