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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속 소리

[전북일보][2017 전주세계소리축제- ③광대의 노래- 고집(鼓集)] 타악 대가들의 통쾌한 장단
관리자 | 2017-10-13 10:01:04 | 76

북·칠고무·장구·드럼… / 한국장단의 무한 가능성 / 고집스레 이어갈 '고집'




 
▲ 윤중강 음악평론가

“북이라 하는 것은, 우리 음악 근본이라. 북장단 허투 치면, 명창(名唱)도 졸창(拙唱)되네. 한평생 북과 함께 장단 속을 헤아리는, 대한민국 당대 최고 북잽이들 하나되네. ‘덩~ 쿵타’ 북소리에 ‘따 쿠쿵따’ 장구소리, ‘기덕’ 하고 맺으려다 ‘더러러러’ 풀어주네. 칠고무(七鼓舞)는 비가 되고, 모듬북은 구름 되니, 운우상생(雲雨相生) 조화롭고, 고저장단(高低長短) 휘황하구나!”

올해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선 훌륭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중 최고로 ‘광대의 노래- 고집(鼓集)’을 뽑으려 한다. 왜 그런가?

모일 사람들이 잘 모였기에, 치는 장단마다 꽤 신이 났다. 이들은 모두 가죽으로 만든 타악기의 대가들이다. 그들은 모두 체내에 응축된 기(氣)의 흐름이 존재했다. 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관객에게 신명 나는 기운을 전해주었다. 내공(內空)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오랫동안 수련했던 역량이 좋은 상대를 만나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채향순(승무북, 칠고무)과 김규형(모듬북)은 세련되었다. 타악기의 무대예술을 이끌어 온 사람들로, 멋스러움이 이런 것임을 증명했다.

조상훈과 이명훈은 시원스럽다. 정말 ‘동남풍’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같았다. 장구 소리에서도 적벽가의 한 대목을 느낄 수 있었고, 전라북도 타악의 ‘리더십’이 느껴졌다. “저게 바로 전라도의 힘, 전라도의 멋이로구나”란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유경화(별신굿장구)와 구성모(타블라)는 신비로웠다. 전통과 현대, 조선과 인도, 리듬과 선율, 모든 대립적인 것이 한데 합쳐져서 시원스레 흘러가는 장강(長江)과 같았다고나 할까?

유지화와 김소라를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것이야말로 세치 혀로 말하기엔 너무 많은 것이 응축되어 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설장구 ‘듀오’ 중에서, 이렇게 잘 맞는 경우를 보았던가? 같이 살아온 세월이 있는 사람들끼리 만들어낼 수 있는 가락이다. 두 사람은 혈연을 넘어선 ‘혈연’이었다. 피보다 진한 그 무엇이, 두 사람의 설장구 속에 콸콸 솟구치고 있었다.

김청만(장구)과 박재천(드럼)은 무대에선 사제(師弟)가 아니었다. 용호상박(龍虎相搏)의 대결이었다. 그렇다! 말하자면 장구와 드럼이 베틀을 한 것이다. 스승 김청만이 건네주는 장단을 가지고, 제자 박재천은 이리저리 요리하면서, “이런 것도 있다. 이렇게 할 수도 있다” 하면서, 한국장단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제 소리로 들려주었다. 그렇게 드럼 세트를 가지고 기량을 뽐내다가, 정작 음악을 끝내고 나서의 그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스승 앞에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된 듯 기세등등하다가, 결국 이란격석(以卵擊石)을 한 것과 같은 표정이 매우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스승이 바위고, 제자가 계란이라 할지라도, 후세대가 훗날 든든한 바위가 되기 위해선 계속 이런 시도는 있어야 하리라.

앞으로 고집(鼓集)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또 하나의 런칭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형태로 이어 가주길 바란다. 고집스레 고집을 이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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