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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속 소리

[전북일보][2017 전주세계소리축제 - ① 김세미의 동초제 '흥보가'] 소리에 실려 흘러가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
관리자 | 2017-10-13 09:58:29 | 65

판소리 극적인 면모 중시한 동초 김연수-오정숙 창맥 / 명창·고수·관객 하나된 무대



 

▲ 김세미 명창이 2017전주세계소리축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대에서 동초제 ‘흥보가’ 공연을 하고 있다.

 

모든 축제는 적절한 평가와 비판이 있을 때 더 나은 발전을 이룬다. 그래서 ‘프리뷰’뿐만 아니라 ‘리뷰’도 중요하다. 전북일보는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와 함께 전주세계소리축제 대표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가 리뷰를 총 다섯 차례 싣는다. 조세훈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은 ‘판소리 다섯바탕’, 김현준 재즈비평가는 ‘개막작’, 윤중강 음악평론가는 ‘광대의 노래-고집’, 신경아 전 프랑스문화원 홍보담당관은 ‘더블 빌’,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마르코폴로의 음악 여행’을 다룰 예정이다.

일요일 오후 1시. 휴일이기도 하고 점심시간 갓 지난 시간이기도 한 그때, 관객이 많이 왔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의구심은 기우였을 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대 위 특설 공연장은 이미 관객으로 꽉 차 있었다. 해설자의 간단한 소개가 끝난 후 마침내 김세미 명창이 등장했다. 관객의 큰 박수와 함께 단가부터 소리가 시작됐다. 열넷, 열다섯 즈음에 외조부인 홍정택 명창으로부터 배운 소리라고 했다. 본격적인 바탕소리가 시작되기 전, 작은 목소리로 “떨리네요.” 했다. 관객들은 더욱 크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수십 년 동안 소리를 해오면서 크고 작은 무대를 무수히 서 봤을 김세미 명창. 그런데도 떨린다고 했다. 큰 무대든, 작은 무대든 공연에 몰입해 가장 좋은 소리를 들려주려는 마음에 떨렸으리라. 겸손하고 관객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날의 흥보가는 동생 흥보가 박타는 대목에서부터 형 놀보가 박타는 대목까지 두 시간여에 걸쳐 공연됐다. 동초 김연수 명창에게서 오정숙 명창으로 이어졌고, 김세미 명창이 오정숙 명창에게 배운 것이었다. 동초 김연수는 판소리의 극적인 면모를 중시했다고 한다. 정확한 사설과 너름새의 정교함을 강조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지금의 국립창극단, 당시 국립국극단의 초대, 2대 원장을 역임하면서 판소리의 ‘극’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김세미 명창의 이날 공연은 판소리의 극적인 특징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사설의 흐름에 맞게 앉았다가 섰다가, 울고 웃는 그 모습은 소리에 실려 흘러가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 같았다. 관객을 흥부 삼아 고수를 놀부 삼아, 고수를 맡은 이태백 명고에게 농을 던지기도 하고 고수는 이를 받아주고, 관객은 함께 어울려 추임새를 했다.

  

▲ 조세훈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그렇다고 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판소리에서의 ‘극’은 ‘소리’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소리가 바탕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날 김세미의 소리에는 무게가 더욱 느껴졌다. 열정이 있었고 내면에 차분함이 있었다. 고요함이 있었고 격정이 느껴졌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파도와 같이 성음과 호흡, 너름새가 한데 어우러졌다. 두 시간여의 소리판이 짧게 느껴졌다. 김세미 명창은 이렇게 말했다.

“오정숙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어요. 하루 연습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 안 하면 옆 사람이 알고, 삼일 안 하면 온 세상이 다 안다고. 그래서 항상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죠.”

한결같이 소리에 몰두하고 준비하는 소리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걸어왔을 소리꾼으로서의 여정이 느껴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왜 ‘판소리 다섯바탕’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지 절감하게 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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